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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 파탈

femme fatale

프랑스어로 '치명적인 여인'을 뜻하는 용어. 이 용어는 1940년대 필름 누아르 장르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다. 대부분 필름 누아르의 남자 주인공은 범죄 혹은 음모로 인해 타락하거나 파멸한다. 남자 주인공의 파멸은 대부분 여성의 유혹과 관련을 맺는데 여기서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여성' 특히 '남자를 위험과 재앙으로 이끄는 여성'을 뜻하는 '팜므 파탈'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혹자는 이 용어 대신에 팜므 누아르(femme noire)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좀 더 넓게 보면 이 용어의 기원은 1920년대 무성 영화 혹은 1930년대 고딕 영화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고딕 영화에서 검은 드레스를 입고 요염하면서도 신비스런 자태로 긴 담뱃대를 사용해 연기를 뿜어대는 요부(vamp)는 남성을 유혹하고 죽음으로 이끄는 팜므 파탈 이미지를 보여 줬다. 이 시기 치명적인 힘을 지닌 요부의 이미지를 가장 잘 보여 준 배우로는 테다 바라(Theda Bara), 마를레네 디트리히(Marlene Dietrich)가 있다.

1940년대 누아르 영화에서는 수잔 헤이워드(Susan Hayward)나 라나 터너(Lana Turner) 등이 팜므 파탈의 전형을 만들었다. 이런 여성상은 1960년대 변형기를 거쳐 1980년대 로렌스 캐스던(Lawrence Kasdan)이 감독한 〈보디 히트〉(Body Heat, 1981)의 캐슬린 터너(Kathleen Turner), 1990년대 폴 버호벤(Paul Verhoeven)이 감독한 〈원초적 본능〉(Basic Instinct, 1992)의 샤론 스톤(Sharon Stone)과 같은 새로운 팜므 파탈을 만들어냈다. 한국 영화에서 대표적인 팜므 파탈은 이석기가 감독한 〈아주 특별한 변신〉(1994)에서의 이혜영, 곽지균이 감독한 〈장미의 나날〉(1994)과 정지영이 감독한 〈블랙 잭〉(1997)에서의 강수연을 들 수 있다.

남성을 유혹하고 파멸로 이끄는 팜므 파탈의 이미지는 오랫동안 페미니스트의 비판 대상이었다. 빌리 와일더(Billy Wilder)가 감독한 〈이중 배상〉(Double Indemnity, 1944)의 바바라 스탠윅(Barbara Stanwyck), 오손 웰스(Orson Welles)가 감독한 〈상하이에서 온 여인〉(The Lady from Shanghai, 1947)의 리타 헤이워스(Rita Hayworth), 빌리 와일더(Billy Wilder)가 감독한 〈선셋대로〉(Sunset Boulevard, 1950)의 글로리아 스완슨(Gloria Swanson) 등 팜므 파탈이 지닌 성적인 힘은 남성의 가부장적인 질서에 대한 위협과 희생을 불러온다. 하지만 여성의 죽음이나 법적 처벌을 통해 결국 가부장제는 다시 회복된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보디 히트〉나 〈원초적 본능〉과 같은 영화에서 성적 욕망을 지닌 여성에 대한 남성의 공포를 발견하기도 한다. 즉 팜므 파탈은 역으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여성의 전복적인 힘을 잠재적으로 보여 준다는 것이다.

본문 이미지 〈상하이에서 온 여인〉(The Lady from Shanghai, 1947), 감독: 오손 웰즈(Orson Welles)

〈상하이에서 온 여인〉(The Lady from Shanghai, 1947), 감독: 오손 웰즈(Orson We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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